주저리
무조건적 긍정 본문
덕질은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을 긍정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이란 그런 것이었다 뭘해도 좋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 싫고 힘든 부분은 보지 않거나 무시하는 것 그게 쌓여서 더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다른 사랑할 대상을 찾는 것으로 또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나에게도 그 대상에게도 좋지 않다
실리카겔을 좋아하지만 단순히 좋아해서 음악을 듣는 것이랑 그들을 덕질하는 것은 다를 것이다 분명... 뭔가 스포츠나 아이돌 덕질과 분리되어 있던 많은 영역들에 아이돌식 덕질이 유입되고 있다고 하는데 기존 팬들은 거기에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결과물과 상관없이 그 대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공격을 곧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영역들에서는 인간성 그 자체를 팔지 않는다 인간성은 어디까지나 부차적 요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팬덤이 없어도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자생할 수 있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지만, 이번 결과물은 별로였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감정적 분리가 필요하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아름답고 좋을 수는 없다 아이돌에게도 이런 관점을 적용한다면 대부분의 부정적 감정을 피해갈 수 있다
난 지금 분명 실존인물을 좋아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츠즈이상에서 나온 표현마냥... 2.8차원에 존재하는 주연이를 좋아한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부분이다 알 수 있는 것에 기반해 좋아한다 이주연씨가 더보이즈 주연으로 있어주는 한 같은 사람으로서 이주연을 응원할거고 그의 선택은 자유롭고 내 통제범위 밖에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삶이지 구매하라고 다듬어 내놓은 상품이 아니다 그게 정신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왜냐면 아무리 애써도 사람이 한 가지 모습만으로 살 수도 없으며 타인 그 자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외모 성격 실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사람에게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감정, 누군가에게 강렬히 요구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이돌이 성공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여성에게 가장 결핍된 감정이 그것이라서일까? 짓밟힌 자아를 타인을 사랑하는 것으로 되찾으려 하는 것 같아서 슬픔... 그런 부분을 건드려 돈을 버는 산업이지만 되려 악영향을 주는 것 같다 돈을 주고 구매한 경험이 완벽하게 쌍방향적일 수 있나? 끊임없이 소비하지 않으면 이어지지 않는 관계는 소유욕, 과시와 집착에 가깝다... 사랑이라는 말로 자주 뭉게지지만 엄밀히는 짝사랑 같은거지 들어간 시간이나 돈만큼 그 사람이 자기 소유라는 감각은 더 심화된다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하게 된다 겉껍질밖에 알지 못하면서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가짜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같은 가짜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어떤 부분들은 부정할 수 없는 진짜다 하지만 가짜인 부분들도 있다 진정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애초에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의 문제.... 안노가 하는 말마냥 오타쿠들이여 세상밖에 나가 진짜 세상을 만나세요 같은 말이다(웩) 하지만 그런 세상이 힘들어 도망칠 수 있지 그래도 그게 진짜가 아니란걸 알고 정신을 적당히 챙겨가며 좋아하는 것이 건강하다... 주어지는 부분밖에는 알 수 없고 그 부분만을 윤색해 좋아하는 것을 인정하기 걔도 나도 그냥 인간인걸 인정하기... 안 그러면.... 행복하려고 시작한 모든것들이 굉장히 괴로워진다....